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벵이가 아름답다날렵하게 초원을 달리는 사슴이 아름답고손수레에 매달려 힘겹게 산비탈을 올라가는늙은이…
[2025-09-09]하늘 아래 첫 동네티베트에서는몸을 ‘루’라 한다이 말의 함의는‘두고 가는 것’그렇습니다이 육신저세상 갈 때두고 가는 것입니다‘나룻배’ 김형식강을 건넌 다음에는 나룻배를 두고 가야…
[2025-09-02]갓 태어난 송아지를 혀로 핥아주는어미 소의 축축한 눈망울 속에서새끼 소가 천천히 뒷다리를 일으키고 있다혀의 쓸모는 말을 할 때보다 핥아줄 때 더 빛난다‘핥아주는 혀’ 박일환몸짓은…
[2025-08-26]발이 많아서 천천히 멀리 가도 지치지 않는통일호는 어디나 서며누구든 내려주고 아무라도 태웠다완행열차를 통일호라고 이름 지은 것은통일은 더디 와도 된다는 걸까자정 너머를 깨워간이역…
[2025-08-19]어느 해 나는 아름다운 책 한 권을 읽었다도서관이 아니라 거리에서책상이 아니라식당에서 등산로에서 영화관에서 노래방에서 찻집에서잡지 같은 사람을소설 같은 사람을시집 같은 사람을한장…
[2025-08-12]태풍이 산을 부수고 지나갔다길이 파묻히고사람의 집들이 쓸려갔다영월군 무릉도원면 운학리 머위밭산초나무 가시 위에 엉성하게 얹힌 새둥지산새 알 하나깨지지 않았다 깨지지 않았다아직 깨…
[2025-08-05]내 안의 사랑은빈집 한 채를 끌어안고 산다수돗가 세숫대야의 물을 받아먹고 살던향나무 한 분이 사랑채 지붕으로 쓰러진 건그대가 떠나간 뒤부터다툇마루에 옹이가 빠져나가고그 안으로 동…
[2025-07-29]매일 아침 꾸지뽕나무 밑에 가 꾸지뽕 열매를 주워요꾸지뽕 열매는 음력 시월이 다 가도록 가지에 붉게 매달려 있어요오늘 아침에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나무 밑에 가 꾸지뽕 열매를 …
[2025-07-22]어느늦은 저녁 나는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때 알았다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지금도 영원히지나가 버리고 있다고밥을 먹어야지나는 밥을 먹었다…
[2025-07-15]하늘과 맞닿으려고바다는 수평선을 팽팽히 치고하늘과 맞닿으려고하늘과 한 몸이 되려고한 몸이 되어 출렁거리며먼 바다 혹은 고래를 낳으려고먼 바다를 부르며바다는 하늘 밑으로 몸을 바짝…
[2025-07-08]기차를 타도 흥이 나지 않는다.가는 곳을 묻고자랑을 늘어놓고신세 타령을 하면서사투리가 정다워 근친 같아서먹을 것 마실 것 건네주고건네받으며 푸짐하게 인정을나누고 누리던 풍속이 사…
[2025-07-01]안개 기둥에 휩싸인 채로사랑하는 법을 몰라헤어질까 두려웠던사랑아, 가라남겨진 자의 텅 빈 가슴 할퀴며사랑하는 법을 몰라혼자 견디려고 하던사랑아, 이젠 가라종착역은 너무도 쉬이 오…
[2025-06-24]꽃 뒤에 숨어 보이지 않던 꽃이 보인다.길에 가려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인다.나무와 산과 마을이 서서히 지워지면서새로 드러나는 모양들.눈이 부시다,어두워 오는 해 질 녘.노래가 들…
[2025-06-17]공룡은 운석의 충돌로 사랑했다고 추정된다현재 사랑이 임박한 생물은 5백 종이 넘는다우리 모두 사랑 위기종을 보호합시다어젯밤 우리가 멸종의 말을 속삭이는 장면아주 조심스럽게멸종해,…
[2025-06-10]남자의 고독사를 알린 건 바람이었다마주 보고 살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던무관심이 부른 부패는 한 달이나 진행되었다그의 곁엔벽시계 하나만 걸려 있을 뿐화려했던 전생의 기록은 남아 있…
[2025-06-03]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언덕에 서서내가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밤새언덕에 서서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그 까닭만은 아니다언덕에 서서내가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2025-05-27]날이 흐리다날이 흐려도 녹색 잎들은흐린 허공을 향해 몸을 세운다모멸을 모멸로 갚지 말자치욕을 치욕으로 갚지 말자지난해 늦가을 마디마디를 절단당한가로수 잘린 팔뚝마다천 개의 손과 …
[2025-05-20]밥 대신 소금을 넘기고 싶을 때가 있다밥 먹을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스스로에게 다그치며굵은 소금 한 숟갈입속에 털어 넣고 싶을 때가 있다쓴맛 좀 봐야 한다고내가 나를 손보지 않으면…
[2025-05-13]저 들에 햇살 찬연한 봄을 맞으시게어여 맞으시게아지랑이 몇 마리 잡아먹고 금방 배 아픈 시늉도 하면서민들레 이런 것들에 걸려 넘어져 나 넘어졌네 무르팍이 다 깨졌네피가 나네 엄살…
[2025-05-06]점심 때 지나노부부가 곰탕집으로 들어선다할아버지가햇살 드는 창가 쪽 테이블로 가더니의자를 빼주자 할머니가 당연하다는 듯 앉는다김이 모락거리는 곰탕이 나오고할아버지는 곰탕을 뜨면서…
[2025-04-29]퀸즈한인회(회장 이현탁)가 12일 퀸즈 플러싱 소재 코리아빌리지 디모스연회장에서 개최한 ‘퀸즈한인회 45년사’ 배포 기념 만찬 행사가 한인사회…
메릴랜드코리안페스티벌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메릴랜드 한인사회의 최대축제인 코리안페스티벌이 세대와 인종을 넘어 한류를 함께 즐기는 화합의 장으로…
13일 북가주 샌타클라라의 리바이스 스테디엄에 5만여 명의 관중들이 몰렸다. 손흥민의 LAFC와 샌호세 어스퀘익스 간 MLS 경기를 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