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몇 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
[2024-09-10]담장 위에빈 그릇 두었더니비가 와서 채웁니다그 물을새가 와서 먹고 세수하고벌이 와서 먹고 목욕하고그래도 남아서고양이가 얌전히 먹는 걸 봅니다그릇을 비워두니오는 대로 주인입니다‘빈…
[2024-09-03]온갖 잡동사니들이 들어 있을무엇을 쑤셔 넣으면 한없이 들어갈바퀴 달린 가죽가방비뚤어지게 서 있는희끗희끗 때 묻은 것이울퉁불퉁 늘어진 것이벌써 여러 곳을 거쳐 왔을바퀴 달린 가죽가…
[2024-08-27]소리 없이 와도네 소리가 가장 크다‘그리움’ 조영심울타리를 쳐도, 성채에 가두어도 소용없다. 막으면 막을수록 더 큰 소리로 심장을 딛으며 온다. 이명과도 같다. 아무도 들을 수 …
[2024-08-20]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
[2024-08-13]능성1길 그 골목을 유모차로 가는 할머니“안녕하세요.”인사하면 볼 주름 깊게 파서“누궁고, 모리겠는데 인사해죠, 고맙소.”‘절경’ 문무학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어느 국립공원을 …
[2024-08-06]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우리의 선천성 그리움이여하늘과 땅 사이를날아오르는 새떼여내리치는 번개여‘선천성 그…
[2024-07-30]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텔레비전이 혼자 듣는다.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냉장고가 혼자 듣는다.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벽이 혼자 듣는다.노인이 흘리는 혼잣말은노인이 혼자 듣는다.노인이 흘…
[2024-07-23]어디서 왔는지 모르면서도 나는 왔고내가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나는 있고어느 때인지 모르면서도 나는 죽고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도 나는 간다사랑할 줄 모르면서도 사랑하기 위하여강물을 …
[2024-07-16]우산과 양산이 되어준 허공 세 평직박구리 지지고 볶는 소리 서너 되바람의 한숨 여섯 근불면의 밤 한 말 가웃숫기가 없어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그늘 반 마지기산까치가 주워 나른 뜬소…
[2024-07-09]노각이라는 말 참 그윽하지요한해살이 오이한테도노년이 서리고그 노년한테달세방 같은 전각 한 채 지어준 것 같은 말,선선하고 넉넉한 이 말이기러기 떼 당겨오는 초가을날 저녁에늙은 오…
[2024-07-02]자리를 탓할 입이 금계국에게는 없다 웃음꽃 활짝 피워 주변을 밝힌다 어디든 발붙이고 살면 그 자리가 좋은 자리, 남 탓하는 입이 있었으면 해맑은 웃음 나누기 어려웠으리 금계국이 …
[2024-06-25]따뜻한 물 쓰기도 불편하고화장실 가기도 불편하고군불 넣기도 불편하고산길 오르내리기도 불편하다그렇게 불편을 오래 사용하다 보니‘불’자가 떨어져 버렸다‘편하다’ 도현산사의 일이 저리…
[2024-06-11]둘이 마주 앉아복숭아를 깎아 먹는다하나가 아- 하면다른 하나가 잘도 받아먹는다하나가 웃으면다른 하나는 더 크게 웃는다이 나무 그늘 이 물가에평상을 놓은 적이 있던가단둘이 나란히 …
[2024-05-28]하늘 어느 한갓진 데 국수틀을 걸어 놓고봄비는 가지런히 면발들을 뽑고 있다산동네 늦잔칫집에 안남 색시 오던 날‘봄비’ 박기섭혼주들 손이 크기도 해라. 하긴 산동네 마당이 작지 올…
[2024-05-14]딱 한 번 뜨거웠으면 됐다딱 한 번 입맞춤이면 족하다딱 한 번 채웠으면 그만이다할 일 다 한 짧은 생밟히고 찌그러져도 말이 없다‘종이컵‘ 유계자딱 한 번 뜨거웠던 제 몸의 온도를…
[2024-04-30]기적처럼 피어났다 벼락처럼 오는 죽음‘벚꽃’ 유자효단 두 행의 시가 종이를 베는 검처럼 예리하다. 벚꽃이 피고 지는 찰나에 대한 통찰이 삶 전체를 관통한다. 무한한 우주 시간 속…
[2024-04-23]봄비 그치자 햇살이 더 환하다씀바귀 꽃잎 위에서무당벌레 한 마리 슬금슬금 수작을 건다둥글고 검은 무늬의 빨간 비단옷이 멋쟁이 신사를 믿어도 될까간짓간짓 꽃대 흔드는 저 촌색시초록…
[2024-04-09]바다에 오면 처음과 만난다그 길은 춥다바닷물에 씻긴 따개비와 같이 춥다패이고 일렁이는 것들숨죽인 것들사라지는 것들우주의 먼 곳에서는 지금 눈이 내리고내 얼굴은 파리하다손등에 내리…
[2024-04-02]알에서 깬 애벌레가 말했다- 살려고 나왔다씨앗을 찢고 새싹이 말했다- 살려고 나왔다갓난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살려고 나왔다태초에 빛이 있었다- 살려고 나왔다가슴을 뛰쳐나오며 시…
[2024-03-26]뉴욕총영사와 면담에서도 구체적 시행 시기는 언급안해뉴저지 포트리 타운정부가 빅토리아 이씨 경찰 총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치 대책을 약속…
메릴랜드 연방 상원선거에서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공화)와 안젤라 앨소브룩스 프린스조지스카운티 이그제큐티브(민주)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
2023년 현재 미 전국의 한인 인구수가 총 202만3,517명(혼혈 포함)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공식 센서스 당시 198만9,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