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라는학원 광고를 붙이고 달려가는 시내버스죽도록 굶으면 죽고 죽도록 사랑해도 죽는데,죽도록 공부하면 정말 죽지 않을까죽도록 공부해본 인간이나죽도록 해…
[2018-02-20]젊은 남자들이 말을 탄다,파랑트리티스, 촉촉한 해변의 모래 위에서 앞으로 뒤로 속력을 내며.밀려오고 밀려나가는 파도와 함께,이곳이 여신이 사는 바다다,애인을 빼앗긴, 화난 여신.…
[2018-02-15]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라고 생각하고자 한다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2018-02-13]올해 마지막, 어린 양파들을 캤다.밭은 이제 황폐하다. 흙은 차고 갈색이고 누추하다. 시야의 한쪽, 단풍나무에서 하루의 꼬리처럼, 불꽃이 탄다.고개를 돌리니, 한 마리 홍관조가 …
[2018-02-08]애도의 시계는 시계 방향으로 돌지 않는다시계 방향으로 돌다가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다가 자기 맘대로 돌아간다애도의 시계에 시간은 없다콩가루도 기도를 할까콩가루가 기도를 할 수 있을…
[2018-02-06]당신이 쓰러져 빈손일 때아무도 아는 체 하지 않는다네한 때 나는 백만장자로 살았지내 돈으로 친구들에게 비싼 술, 샴페인과 와인을 사주며 즐겁게 해주는 걸 마다하지 않았지내가 쓰러…
[2018-02-01]후박나무 가지의 이파리는 막판까지 매달린다. 그늘을 막다른 골목까지 끌고 갔다. 막판 직전까지. 그 직전의 직전까지. 밑천이 다 드러난 그늘을 보고서야 기어이 후박나무는 그늘을 …
[2018-01-30]모든 기억의 심부에는 망각이 있고거기엔, 하나 나 둘쯤 반드시구조되어야만 하는 전언이 더러 있다. 양자택일은 없다,그 문장, 꿈속의 죽음처럼,결코 끝나지 않는다. 그리하여위쪽을 …
[2018-01-25]며느리밥풀꽃! 이 작은 꽃을 보기 위해서도, 나는 앉는다. 바삐 걷거나, 키대로 서서 보면 잘 안 보이는 이 풀꽃들을 더듬어 가는 동안에도, 나는 몇 번인가 끼니를 맞고, 밥상을…
[2018-01-23]그녀는뭔가 하나에집중하는 것 같지 않았어강물을 유영하는 검고 점 박힌 얼굴물 위로 떠오른 코는상류를 향하고 있었지그러더니 그녀는얼굴과 목,그리고 멋진 아름다운 배를 하늘을 향해 …
[2018-01-18]“인수야, 나 네 아버지랑 친구했다.”울 아버지는 내 친구 윤기선의 친구다.아버지가 내 운동복을 입고 논배미에서 일을 하는데오토바이를 타고 들녘을 어슬렁거리던 윤기선이가“야, 인…
[2018-01-16]얼어붙은 밤의 벌집에 불이 켜진다, 혹은, 마치 그런 것만 같다; 베트남 카페, 기름기 묻은 빛,냄새들, 그 온갖 색깔의 형체들은 꽃 같다.웃음소리, 이야기소리, 젓가락 부딪치는…
[2018-01-11]한파가 한차례 밀어닥칠 것이라는 이 겨울에 나는 서고 싶다 한 그루의 나무로 우람하여 듬직한 느티나무로는 아니고 키가 커서 남보다 한참은 올려다봐야 할 미루나무로도 아니고 삭풍에…
[2018-01-09]추위가 칼날처럼 다가든 새벽무심히 커튼을 젖히다 보면유리창에 피어난, 아니 이런 황홀한 꿈을 보았나.세상과 나 사이에 밤새 누가이런 투명한 꽃을 피워 놓으셨을까.들녘의 꽃들조차 …
[2018-01-04]고요에 장식을 달고 싶어, 하지만이곳은 점점 더 깨끗해지고평범해지기만 하네. 레지스터 위에 달아둔 유리차임은, 열기가 닿을 때 조금, 흔들리네. 나는너무 오래 기다렸었지. 차를 …
[2017-12-28]시인의 아내는 겨울에 눈이 밝아진다봄 여름 겨울에는 잘 보지 못했던곳집이 비는 것이 눈에 환히 보이는 모양이다새벽 추위에 우리는 함께 잠을 깨아내는 사위어가는 겨우살이를 헤아리고…
[2017-12-26]내가 주문한 모든 것을 가져오기 때문이죠결코 기분 나빠 하는 일 없고떠날 때면 항상 즐겁게 손을 흔들죠갈색 셔츠가 잘 어울리는 당신우리는 이상적인, 복잡하지 않은 관계당신은 멋진…
[2017-12-21]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장 여공들은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2017-12-19]짐짝을 등에 지고 날거나, 헬리콥터처럼 짐짝을 매달고 날아가는 나비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나비는 바늘처럼 가벼운 몸 하나가 있을 뿐이다. 몸 하나가 전 재산이다. 그리고 무소…
[2017-12-14]“학교 가는구나.”“예”“가방이 무거운 것 같은데 들어다 줄까?”“괜찮아요.”“할아버지는 네가 꼭 내 손녀 같단다.”“할아버지는 지금 어디 가세요?”“응 운동하러 앞산에 가는 길…
[2017-12-12]뉴욕시 한인 청소년들의 절반 가량은 자신을 ‘코리안 아메리칸’(Korean American)으로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시민참여…
2026년도 메디케어 보험 갱신 기간이 지난 15일부터 시작됐다. 매년 이 시기에는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 모두 본인의 플랜을 검토한 후,…
한미 관세 및 무역협상 후속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한국 정부 각료급 고위 관계자들이 16일 미국을 방문해 미측과 집중적인 협상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