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왔다 정선 몰운대 죽은 소나무 내 발길 닿자 드디어 마지막 유언 같은 한 마디 던진다 발 아래는 늘 벼랑이라고 몸서리치며 울부짖는 나에게 몇몇…
[2009-08-27]어미 개가 다섯 마리의 강아지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서서 젖을 물리고 있다 강아지들 몸이 제법 굵다 젖이 마를 때이다 그러나 서서 젖을 물리고 있다 마른 젖을 물리고 …
[2009-08-25]감기에 걸린 아들 곁에서 아들 손을 꼭 잡고 자다가 잠결에 보니 어느새 아들이 나를 꼭 껴안고 자는 것이 아닌가 여덟 살 아들의 뜨겁고, 가픈 심장 박동…
[2009-08-20]소파가 꽃을 피우려는지 인조 가죽이 여러 갈래로 튼다. 갈라진 틈새로 노란 스펀지가 올라온다. 의자는 몇 해 전에 이미 꽃을 피웠다. 굵고 탄력 있는 스프링 꽃대가 아…
[2009-08-18]잔물결도 패거릴 지어 몰려다니면 죽음의 커다란 입이 되지요 번쩍이는 죽음의 이빨들이 되지요 석삼년에 한 번쯤 人肉을 삼키던 이 저수지는 백 년간 서너 차례 바닥을 드러냈습…
[2009-08-13]잠결에 듣는, 오랜 외출에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의 도마소리 지상에서 듣는 마지막 소리여도 좋을, 파릇파릇 도마를 건너가는 칼날의 탭 댄스 짧게, 짧게, …
[2009-08-11]이 산중식당에서는 직접 토종닭을 키운다. 좁은 닭장 구석구석 내몰리던 닭들, 다시 모이통 앞으로 쇄도하기 전 일제히 목을 뽑아 흔들어대던 대가리, 닭대가리들이 금세…
[2009-08-06]살구꽃이 졌다 떨어진 꽃잎은 잊혀졌지만 꽃이 있던 자리는 점점 자라서 아이 울음만큼 자라서 직박구리가 목이 쉬어 떠났다, 가서는 다시 오지 않았다 새가 앉았다…
[2009-08-04]우리는 서로 등을 밀어주었다 닿지 않는 등허리 한복판만큼 쉬 벗겨지지 않는 내밀한 허물 거기서 우리는 뒤틀린 등짝과 엉덩이와 언뜻 거울에 비치는 까칠한 턱을 보…
[2009-07-30]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꽃이 피고 소낙비가 오고 낙엽이 흩어지고 함박눈이 내렸네 발자국이 발자국에 닿으면 어제 낯선 사람도 오늘은 낯익은 사람이 되네 오래 써…
[2009-07-28]마당가 분꽃들은 노랑 다홍 빨강 색색의 전기가 들어온다고 좋아하였다 울타리 오이 넝쿨은 5촉짜리 노란 오이꽃이나 많이 피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닭장 밑 두꺼비는 찌르르르 푸…
[2009-07-23]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의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
[2009-07-21]장마구름이 머릴 풀어헤치고 내려온다 그 발자국 소리에 놀란 개 짖는 소리 들리어 온다 길 하나 갉아 먹고 또 다른 산길 하나 꼴까닥 삼킨다 온 마을을 성큼 베어먹기 시작한다 그러…
[2009-07-16]와인을 처음 마실 때 코르크 마개를 딸지 몰라 애를 먹은 일이 있다 촌놈 주제에 아내 앞에서 분위기 좀 잡으려다 식은땀을 흘린, 그때 뽑다 만 코르크 마개가 저 굴참나무다…
[2009-07-14]웅웅거리며 구덩이를 파내려가는 포클레인 포클레인 없이는 하관식도 더디다고 품이 많이 든다고 조경책임자가 투덜거린다 나무 허리에 동여맨 밧줄을 놓치지 않으려 강철 손을 번쩍…
[2009-07-09]전에 고등학교 때 한참 정치에 꿈이 부풀어 있을 때, 국회의원 딸에게 편지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대학 갓 들어가 예술이니 사상이니 미쳐 있을 때, 유명 화가의 …
[2009-07-07]말없음표처럼 이 세상 건너다 점점이 사라지는 말일지라도 침묵 속에 가라앉을 꿈일지라도 자신을 삼켜버릴 푸르고 깊은 수심을 딛고 떠오를 수밖에 없다 떠올라 저 끝…
[2009-07-02]한 마리 이구아나다 10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등나무 숲 미끄럼틀이 밀어낸 아이가 말려 들어간다 발끝에 시달리던 빨간 공이 밟혀 들어가고 뒷골목 그늘을 씹던 도둑고…
[2009-06-30]인사동에 나갔다가 리어카 위에 놓인 석류송이들을 보았다 매우 젊은 아가씨 서넛이서 아, 석류 좀 봐, 하면서 달겨들었다 석류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알갱이들이 민망해 보이기도 했다…
[2009-06-25]자목련 흐드러져 꽃그늘 깊은데 피막 같은 그늘 속으로 마음 밀어 넣다보니 그늘보다 더 까만 꽃의 배후가 툭 떨어진다 너의 정면은 꽃이다 나의 정면도 꽃이겠지 …
[2009-06-23]뉴욕한인회(회장 이명석) 주최, 뉴욕한국일보 주관으로 오는 10월4일 맨하탄 한복판에서 열리는 ‘2025 코리안 퍼레이드 및 페스티발’ 조직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보와 함께 새롭게 추진되는 이민 정책들로 인해, 최근 한인사회에서 시민권 신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 80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 준비위원회 모임이 지난 1일 오후 1시 30분에 샌프란시스코 시청…